'과학벨트 논란' 설 정국 쟁점 부상
李대통령 "총리 산하 위원회에서 선정"
 
여야를 막론하고 정파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선정 문제가 설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 대해 총리실 산하 위원회가 백지상태에서 공정하게 선정할 것이라고 밝히자 야당은 물론이고 충청권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일부 충청권 여당 의원들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지금까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을 둘러싼 여당은 물론 각당의 정파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제2의 충청뇌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방송 좌담에서 "국무총리가 위원회를 발족하고 그 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토론하고 그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며 "백년대계이니 과학자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과학벨트 대선공약에 대해 "선거 과정에서 혼선을 준 것 같은데 거기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충청권에 가서 표 얻으려고 관심을 많이 보였던 것인데, 과학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만들겠다는 공약을 헌신짝처럼 뒤집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또 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대통령의 배반과 배신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세종시 때 처럼 충청도민과 더불어 반드시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사안의 민감성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 대통령의 과학 벨트 언급은 원론적 입장일 것이라며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몇몇 소장파 의원들이 충청도민의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클 것이므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당의 일부 호남권 의원들이 전남.광주 지역에 과학벨트가 유치 되어야 한다는 적극적 태도를 보여 당내 분위기가 사뭇 험악한 상태다. 이는 곧 야권 내부에서조차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히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의 이해 대결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