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와 노인복지(1)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는 '복지'인 것 같다. 어떤 논쟁이 그러하듯 당초에는 작게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그 범위가 광폭적이다. 처음에는 초등학생 무상급식 논쟁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재정론, 조세론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복지 논쟁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노무현 정부는 '참여복지'를 주장했고, 이명박 정부 역시 대선과정과 정부 출범초기에 '능동적 복지'를 주장했었다. 복지 논쟁은 특히 정치권에서 뜨겁다. 민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보편적 복지(universal welfare)', '100%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복지급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교육, 육아 의료 주거 노후 등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물질적 보호를 받는 게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선택적 복지는 저소득층에게 ‘낙인효과’(범죄이론에서 유래한 것으로 특정인을 사회제도나 규범의 일탈자라고 인식하면 그 사람은 결국 범죄자가 되고 만다는 이론이다) 즉 수혜를 받는 저소득층이 심리적 상처를 받는다고 반박한다.

민주당이 이런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이면의 목적은 '한나라당은 부자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복지 수준의 악화는 한나라당의 가장 큰 취약점이고 그것은 곧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좋은 공격 point 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정지원의 문제, 조세의 문제 등을 깊게 다루게 되는 것은, 부실한 재정의 원인이 드러나게 되고 이는 결국 한나라당의 실정의 단면을 보이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한나라당의 지난 정권시기동안의 실정(失政)의 핵심이 재정의 적자, 복지의 미실현이라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바로 민주당이 노리는 전략이라는 측면 또한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민주당은 이 논쟁의 선점을 위하여 특별기획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선택적 복지(selective welfare)’, ‘맞춤형 복지’, ‘70%복지’를 주장한다. 저소득층에게만 복지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당장 급한 복지는 전 국민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복지 시스템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각지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세심하게 돌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복지 사각지대의 해소가 선결문제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복지 populism(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을 앞세워 권력을 가지려는 정채행태를 말한다)으로서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보편적 복지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한 선심성 정책으로서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게 부담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반박한다. 말하자면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지난 1월 18일 지속가능한 복지 TF(Task Force)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정부는 여당의 주장과 같은 맥락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신년사에서 긴 안목을 갖고 복지 범위와 수준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수요와 재정상황을 면밀히 분석· 검토해 국민이 정부의 복지정책을 잘 이해하도록 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정책을 전개하겠노라고 말하고 있다.

또 진수희 복지부장관은 신년사에서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말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는 빈곤층에게 안락한 쿠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 고기를 낚는 법을 일러줘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 시스템으로 방향을 바꾸겠다. 복지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겠다.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통해 맞춤형으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말하였다.
 
학계의 입장은 위와 같은 논쟁 속에서 양분되고 있다. 즉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과 한나라당의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으로 갈리는 것이다. 사실은 이 학자들의 주장과 이론 제공이 각 정당의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복지 논쟁이 뜨거운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양극화 현상과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기대 및 그 수준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면의 배경적 요인은 아마도 앞으로 있게 될 총선과 대선에서 issue를 어떻게 장악할 것이냐,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냐 하는 정치권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단언컨대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의 행복하고도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위하여 정치권과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고민은 2차적인 것일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의 복지 논쟁을 살펴보면 노인, 여성, 아동, 장애인 등 복지의 여러 측면을 깊게 조명하는 주장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논쟁은 복지에 대한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뜬구름 잡는 말싸움으로 끝나 결국 민족의 장래는 준비하지 못하고 시간과 정력만 허비할 것으로 염려된다.

이에 필자는 십수년간 노동문제를 다뤄온 사람으로서, 노인의 사회참여와 능력 재활용을 고민하여온 사람으로서, ‘노인복지’를 중점적 관심대상으로 삼고 천착하고 싶다. 특히 오늘의 복지논쟁의 핵심에 ‘고령화’가 있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 사회의 활력을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락되고 기회되는 대로 몇 번에 걸쳐 복지의 개념과 연원으로부터 출발하여, 노인복지의 전반을 다루어 그야 말로 실질적인 복지논쟁이 되도록 하고자한다. 그것이 생산적 복지 논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조용식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