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정전대란 보고 받고도 청와대 만찬
국가위기 대응 시스템 구멍…최 장관 문책론

지난 15일 발생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의 책임 공방이 거세다. 전력 공급 실무 부서인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 전력수급계획의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늑장 보고와 안이한 대응으로 국가 전력관리 시스템의 심각한 난맥상을 드러냈다.

기상청의 이상 기온이 예고 됐는데도 "예측 못한 무더위 때문"이라며 날씨 탓을 하는가 하면 전력 대란 당일인 15일 오전 11시 이미 징후가 포착됐는데도 4시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게다가 주무 장관인 지경부 장관은 순환정전 실시 한 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야 이 사실을 보고받는 보고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를 찾아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지겠다"고 질타했다. 초유의 정전대란으로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버러진 셈이다.

이날 한국전력거래소의 '15일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에 따르면 오전 10시 전력 사용량은 6145만㎾, 11시에는 6420만㎾에 달해 정부가 이날 최대 전력수요량으로 예측했던 6400만㎾를 넘어섰다. 한낮 무더위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미 경고 시그널이 왔지만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요예측은 한국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지경부는 감독책임을 진다. 수요예측은 예년, 최근 수요 추세를 감안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30도에서 1~2도만 차이가 나도 수요는 확 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청의 날씨 예보가 바뀌는 사이에도 전력거래소의 최대 수요예측은 바뀌지 않았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섭씨 28도로 예보된 9일 전력거래소는 최대 전력수요를 6400만㎾로 잡았다. 13일 기상청이 15일 낮 최고기온이 30도로 수정 예보했음에도 거래소의 최대 수요예측은 그대로였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서울을 기준으로 15일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에 달할 것이라고 전부터 예보했으며, 이를 관계장관 회의에도 보고됐다. 하지만 지경부나 한전은 이를 무시하고 전력수급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전체 발전량의 11%를 감당하는 발전소 23기가 이날 동시 정비에 들어간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보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지경부의 최중경 장관이 단전 사실을 공식 보고받은 것은 오후 4시 간부회의 때였다. 이미 단전(斷電)이 시작된 지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였다.

또 최 장관의 이날 행보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장관은 보고를 받고도 어떤 조치도 없이 오후 6시쯤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한국과 콜롬비아 정상만찬에 참석하는 여유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정상 만찬이라지만 국가 대란이 발생했는데도 어떤 조치도 없는 장관에 대해 시민단체와 야당 일각에서 최 장관 문책론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