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임명, '손 대표가 풀었다'

두 번씩이나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던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 투표에 부쳐져 재석의원 245명 중 찬성 227명, 반대 17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이용훈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데 따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피했다.

'벼랑 끝'에서 맞서던 여야가 동의안을 표결처리한 것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결단이었다. 최근 안철수 바람으로 정치권 '공멸'의 위기감이 팽배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제각각 '시민후보'를 낸 것은 정당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와중에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로 빠뜨린다면 정치불신은 극에 달할 게 뻔하다.

이에 손 대표가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총대'를 멨다. 민주당은 그동안 양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의 동시 처리를 요구하면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상정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여론의 부담이 컸고,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협조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비토 기류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결단을 내린 손 대표가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의사진행 발언을 청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를 제자리에 올려놓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 공석이 되는 사태를 원하지 않으며, 집권 여당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해 국민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정치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어 당내 불만을 의식해 "민주당 의원들도 불만이 많겠지만 사법부 수장을 축복 속에 임명하도록 해주자. 손가락질과 불신과 외면을 당하는 정치를 우리가 다시 살려내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