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민, 30년 독재집권 무바라크 몰아냈다
무바라크 18일만에 전격사임, 군 최고위가 이끌어

이집트 무바라크의 30년 독제 정치가 단 18일만에 막을 내렸다. 계속되는 경제난과 높은 물가, 일자리가 없어 놀아야 하는 현실 앞에 이집트 국민은 전제정치의 폭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으로 맞섰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퇴진 요구 시위 18일 만에 사임했다. 조기사임 압력을 거부한 지 하루 만에 손을 들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국영 TV를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군에 넘기고, 수도 카이로에서 그의 휴양지 샴 엘-셰이크로 떠났다고 발표했다.

이집트군은 성명을 발표, 일련의 헌법상 개혁을 추진하고 비상조치법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시민은 일상으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은 오마르 부통령으로 권력이 위임됐음을 시사하고, 앞으로 개혁의 이행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군부가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며, 대통령 직을 승계하게 될 술레이만 부통령의 역할이 주목된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 카이로의 타하리르 광장 등 거리에는 시민들이 "이집트는 자유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시위하는 시민은 눈물을 흘리며 자축하고 "국민이 체제를 무너뜨렸다"라며 환호하고 있다. 사람마다 "알라우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경제난으로 시작돼 '무바라크 버티기'가 자극제

어려운 경제난과 전제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집트 국민의 시위가 터진 것은 지난 1월 25일 이었다. 앞서 열흘 전쯤인 1월14일, 튀니지에서 모하메드 부아지지라는 젊은이의 분신자살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열흘 만에 지네 알 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쫓아냈다.

이 영향으로 수천 명의 이집트 시민은, 높은 물가와 실업률 등 경제난을 가져온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집권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발포로 사망자가 수십명을 넘기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前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며 귀국, 시위대를 이끌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무바라크 대통령은 1월 29일 내각을 해산하고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으로 임명, 정국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위는 더욱 확산됐다. 진압 명령을 받은 군은 강제 진압을 거부하고 사태를 지켜보며 중립을 지켰다. 

2월 1일 무바라크는 대국민연설을 통해 "오늘 9월까지 대통령직 임기를 끝내고 물러나겠다"라며 점진적 개혁을 하겠다고 국민들을 회유했으마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즉각 퇴진을 더 강하게 요구했다.

미국 등 EU국가들도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내 자리에서 물러나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위대에 중산층과 부유층, 그리고 지식인들이 합류하기 시작하고, 외국에 나가 있던 지도자들도 속속 귀국하며 무바라크 퇴진을 압박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전날 밤 대국민 연설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권력을 넘겨주되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 10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운집하는 등 민주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퇴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 10월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이슬람주의자 장교가 쏜 총탄에 암살되자 부통령으로서 권력을 승계한 뒤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다.

한편 무바라크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포스트 무바라크'가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 관측통들에 따르면 쿠데타 같은 급변사태 없이 차기 대통령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질 경우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이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