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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주부들이 베를린에 '커피가든'을 만들다
2012년 04월 21일 (토) 08:33:38 이창훈 에디터 asd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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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문화_커피 문화이야기11

현명한 주부들이 베를린에 '커피가든'을 만들다


최근 개봉된 영화 '가비'를 관람하였다. 커피와 時代의 만남 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고종독살음모設'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다. 영화줄거리는 1896년, 고종(박희순 분)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돈의 시기,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주진모 분)와 따냐(김소연 분)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 분)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된다.

고종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된 따냐,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카모토란 이름으로 스파이가 된 일리치, 그들은 사다코로 인해 은밀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 융드립으로 유명한 일본 동경의 다이보커피점
<가비> 영화장면 중 융 드립(넬드립) "천 (flannel)추출" 장면 나오게 되는데 이 드립 방식을 소개하면 1800년대 프랑스에서 프란넬천으로 만든 깔때기 모양의 주머니 안에 커피가루를 넣어 우려먹는 추출법에서 시작했으나 주로(넬 드립) 20세기 초 브라질, 코스타리카, 미국 등 가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넬 필터는 종이로 된 것에 비해 질감이 두껍고 섬유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보다 작은 커피분자의 형태로 추출되어 종이필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아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과 깊은 향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드립방식으로 현재는 주로 일본 등 핸드드립 전문점에서 사용되어 지고 있다. 

다시 <가비>영화로 돌아가면 고종은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가비의 쓴맛이 좋다.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 헌데 가비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에 머물던 시기 처음으로 커피를 마셨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애호가로 알려진 고종. 쓰고도 달콤한 한 잔의 커피에서 씁쓸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위로했을 조선의 마지막 군주, 그의 곁에서 매일 커피를 내리던 바리스타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가 <가비>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커피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관람하면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 일 것이다.
 
따냐의 역할처럼 여성 바리스타 하면 생각나는 나라가 독일이다. 1890년대 까지도 베를린에는 갖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식당, 맥주 바, 와인 숍으로 넘쳐났지만, 커피하우스는 없었다. 이와 같이 베를린의 도시생활에 커피가 두드러진 자취를 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통계가 있다.

   
▲ 독일 노천 시장에서 식재료을 구입하는 주부
1841년에 물류항구이던 함부르크에는 3만6천 톤의 커피를 수입했지만, 차는 단지137톤에 불과했다. 당대 독일문학계를 풍미하던 음료는 커피가 아니라 차였음을 감안하면, 누가 그처럼 많은 커피를 소비하였나?

답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집안일을 마치고, 남편과 아이들의 수발을 끝내놓고서, 함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케이크를 곁들여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바느질을 하였다.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커피와 다과를 나누며 담소를 즐겼던 여성들의 사교모임을 카페크렌첸 (Kaffeekranzchen) 하였다.

이 무렵 남성들에 의해 생겨난 두 가지 새로운 용어가 오늘날까지도 통용되고 있는데, 카페클라치 (Kaffeeklatsch) 와 카페슈베스터 (Kaffeeschwester) 가 그것으로 전자는 커피 파티에서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가십이나 스캔들을 의미하며, 후자는 가십이나 스캔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낮춰 부르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이처럼 커피는 남성에 의해 '여자의 음료'로 간주되어 '남성'이 커피를 분쇄한다는 발상은 베를린 시민에게는 우스운 노릇으로 간주되어 맥주제조와 달리 커피를 만드는 것은 여성적인 일로 간주되었다. 가정에서 음용되던 커피가 유일하게 공공장소에서 음용될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콘디토라이(Konditorei), 즉 제과점은 베를린 여성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중산층 독일 여성들은 제과점만은 남성들과 다름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당시 초창기 커피하우스는 남성들의 공간이었다. 여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제과점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아주 달콤한 케이크와 묽은 커피가 배경이 되었다.  이후 차츰 커피문화는 변모하여 베를린에서는 현명한 가정주부들이 휴가비용을 절약하기위하여 근교에 간소한 저녁식사를 찾기 시작하면서 소박한 테이블과 의자만을 가지고 식사와 맥주대신 커피를 즐기는 문화로 발전되었으며, 도시는 곧 커피가든 으로 만들어져 갔다.

당시에 "가족 여러분, 여기서 커피를 만들어 드세요!" 라는 푯말이 내걸리기도 했는데, 이런 간판은 지금도 베를린 외곽에 남아 있다. 커피는 여성을 차별하였지만 여성은 커피문화를 발전시켜 커피향기 가득한 멋진 저녁의 베를린을 만들어 나갔다.
글/부나블룸 커피 대표 이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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