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아 교량 철 구조물을 파손시킨 러시아 화물선 선장을 체포했다.

러시아 화물선이 부산 광안대교를 들이받아 다리의 철 구조물 일부가 파손된 가운데 선장이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부산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0분쯤 부산항을 출항했던 6000t급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의 10~11번 교각 사이 하판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도로 아래쪽에 설치된 사각형의 철 구조물이 배 강판에 의해 찢어지면서 구멍이 생겼다. 다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충돌 지점의 수심은 9m가량으로 정상적 입·출항 코스가 아니다.

사고를 낸 선박은 광안대교에서 먼바다 방향으로 0.5마일 떨어진 안전해역에 머물며 조사받고 있다. 부산 해경은 씨그랜드호의 선장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86%로 나왔다고 밝혔다. 해상 음주운전 입건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3%로 이를 훨씬 넘는 수치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의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하거나 조작을 지시하다 적발되면 5t 이상 선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5t 미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해진다.

해경은 씨그랜드호를 인근 용호부두로 다시 입항하도록 조치하고, 화물선이 들어오는 대로 선장을 긴급체포해 음주 운항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이 화물선은 용호부두에서 정박 중인 요트와 충돌사고를 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사고 수습과 조사를 위해 화물선에 안전 해역으로 이동해 대기할 것을 명령했는데, 이 과정에서 광안대교와 충돌했다.

부산 해경 관계자는 "먼바다 쪽으로 가야 할 선박이 왜 반대 방향인 광안대교 쪽으로 운항했는지, 사고 직후 도주하려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조타실 내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 사고 당시 실제로 운항한 이가 누구인지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