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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보양식, "추어탕"
2019년 09월 17일 (화) 06:26:10 전경석 기자 jinha02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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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부터 맛이 나는 추어탕은 우수한 단백질과 칼슘
, 무기질이 풍부하여 초가을에 먹으면 여름내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뼈와 내장을 버리지 않고 통째로 삶아 그 국물에 건지를 넣고 끓이므로 영양 손실이 전혀 없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완전히 삶아서 보이지 않도록 으깨서 만드는 법과 산 미꾸라지를 통째로 끓이는 법 두 가지가 있다. 조선 순조 때의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두부추탕(豆腐鰍湯)’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날두부와 산 미꾸라지를 함께 끓이면 미꾸라지가 뜨거워서 찬 두부 속으로 기어들어가 약이 오른 채 죽어 버린다고 하였다. 특히 성균관 근처의 백정들 사이에 영물로 통한다고 소개하였다. 하지만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실제로 끓여 보면 뜨거운 물 속에서 이미 죽어버려 두부를 파고들어가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문헌에는 고려 말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 처음 추어탕이 나오지만 미꾸라지는 강이나 논에 흔하므로 서민들이 그 이전부터 먹어 왔으리라 짐작된다.

농촌에서는 추분이 지나고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논에서 물을 빼주고 논 둘레에 도랑을 파는데 이를 도구 친다고 한다. 도구 치면 진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려고 논바닥으로 파고들어간 살찐 미꾸라지를 잔뜩 잡을 수 있다. 이것으로 국을 끓여서 동네 잔치를 여는데 이를 갚은 턱또는 상치(尙齒)마당이라고 한다. 마을 어른들께 감사의 표시로 미꾸라지국을 대접하는 것이다. ‘상치는 노인을 숭상한다는 뜻이다.

농촌이나 산촌만이 아니라 한양에도 명물인 꼭지딴 추어탕이 있었다. 예전에 한양에 포도청에서 인가한 관인 거지 조직을 꼭지라고 했는데 지역제로 나누어 청계천 꼭지, 복청교 꼭지, 서소문 꼭지, 염천교 꼭지 등 집산하는 다리 이름을 붙였다. 꼭지의 우두머리를 꼭지딴이라 하였고 대단한 세력을 지녔다. 이들은 조직이 없는 거지에게 우월심을 갖고 있어 나름대로 품위 유지에 힘썼는데, 그중 하나가 걸식을 할 때 밥만 빌고 건건이는 빌면 안 된다는 철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직 중 일부가 미꾸라지를 잡아서 추어탕을 끓여 놓으면 남은 조원들이 건건이를 빌지 않아도 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추어탕이 바로 한양의 소문난 명물 꼭지딴 해장국이다. 이들은 궁중의 길흉사나 행사 때 조원을 동원하거나 명문 대가의 길흉사에도 다른 거지들의 횡포를 막아 주었고 또 그만한 특권도 누렸다. 우선은 궁중의 내의원에서 쓰는 개구리, 두꺼비, 지네를 잡아서 독점 납품하였고, 또 하나는 한양에서 추어탕을 끓여 파는 영업권을 독점했다고 한다.

미꾸라지의 효능

미꾸라지는 보양식 또는 강장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예전부터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촌 사람들에게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 급원이었으며 무기질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단백질 중 필수아미노산이 반 정도 되고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아주 중요한 라이신이 풍부하다. 또 타우린이 들어 있어 간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내리며 시력을 보호하는 작용도 한다고 한다. 미꾸라지에 들어 있는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졌다.

특히 DHAEPA 등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병에 효과가 큰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다. 또 뼈째 먹는 경우가 많아서 골격과 치아를 구성하는 성분인 칼슘의 섭취원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비타민 중에는 비타민 A의 함량이 많은데 항암 작용도 있고, 피부와 점막을 튼튼하게 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본초강목에서도 양기(陽氣)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며, 초롱의 등심(燈心)에 익힌 것(())이 제일 맛있고, 양사(陽事)에 좋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력제로 애용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논에 농약을 많이 치므로 자연산 미꾸라지는 거의 전멸하였고 양식하여 쓰는데 수요가 부족하여 중국에서 수입해 오기도 한다.

 지방마다 다른 추어탕

추어탕은 지역에 따라서 끓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어 데친 풋배추, 고사리, 토란대, 숙주나물, , 마늘을 넣고 끓이다가 나중에 다홍고추, 풋고추를 넣어 끓인 다음 불을 끄고 방앗잎을 넣고 먹을 때 초핏가루(산초)를 넣는다. 전라도식은 경상도처럼 미꾸라지는 삶아서 끓이지만 된장과 들깨즙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다가 초핏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낸다. 서울에서는 미리 곱창이나 사골을 삶아 낸 국물에 두부, 버섯, 호박, , 마늘 등을 넣어 끓이다가 고춧가루를 풀고 통째로 삶아 놓은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다.

미꾸라지로 국을 끓이려면 우선 겉의 미끈거리는 것을 없애야 한다. 산 미꾸라지를 그릇이나 소쿠리에 담고 소금과 호박잎을 함께 넣어 뚜껑을 덮고 3분쯤 두면 서로 부대껴서 벗겨지고 죽는다. 이를 다시 소금 묻힌 호박잎으로 두세 번 문지르고 물로 헹구어 끓인다. 완전히 갈아서 하려면 가마솥이나 오기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잠깐 볶다가 미리 준비한 사골 국물을 부어 한 시간 정도 곤다. 미꾸라지가 뼈까지 흐물흐물 익으면 블렌더에 곱게 갈아서 냄비에 쏟고 사골 국물을 더 부어 토란대, 배추, , 깻잎, 고사리 등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간을 맞춘다.

먹을 때는 통고추나 풋고추를 다져 넣고 초핏가루를 뿌려서 먹는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곰국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미꾸라지만 진하게 고아서 진국 추탕을 끓인다. 집집마다 확독이라고 하는 나지막한 돌절구에 삶은 미꾸라지를 담고 손으로 갈아 뼈까지 으깨어 도로 솥에 넣고 얼갈이배추를 넣어 끓인다. 되직하여 그대로 혀에 쩍쩍 달라붙고 이따금 뼛조각이 씹히는 재미도 있다.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한복진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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