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체르노빌 원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노빌 원전까지 점령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미하일로 포톨랴크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 북부 벨라루스에서 남쪽으로 진군하며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다”며 “러시아의 무의미한 공격으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라고 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보안 소식통의 말을 인용, 일부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배타구역에 집결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의 의도는 체르노빌 원전을 통제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번 전쟁에 군사적 개입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예브게니야 쿠즈네초바 체르노빌 원전 배타구역 관리국 대변인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 러시아군이 러시아 원전을 점령했다”고 했다. 그녀는 “오늘 아침 키예프 사무실에 갔을 때 체르노빌 원전 직원들이 대피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현재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체르노빌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러시아군에 의한 특별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IAEA는 24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확인 무장세력’이 체르노빌 원전의 출입금지구역 내에 있는 국영특화기업 NPP의 모든 시설을 점령했다고 IAEA에 알려왔다”며 “확인 결과 현재까지 원전 피해는 없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시설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고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사무총장이 말했다.

IAEA는 이어 “우크라이나 규제 당국은 자국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들과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당 원전들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 지역에 있는 원전 시설의 안전한 운영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거나 방해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적 목적의 원전 시설에 대한 어떠한 무장 공격이나 위협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2009년 IAEA 총회 결의 내용을 강조했다.

36년 전 폭발한 원자로 4호기에선 사고 직후 핵연료와 핵물질이 남아있는 원자로 위에 급하게 씌웠던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우려가 커져 100년을 버틸 수 있는 철제 방호벽을 덧씌우는 작업을 했으며, 2019년부터 추가 방호벽이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 고위 정보 관리는 러시아군의 체르노빌 장악은 수도 키예프로 진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고문은 “체르노빌에 대한 공격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물론 유럽연합(EU) 국가들까지도 방사능 먼지를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