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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이 국제정치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Techno-politics) 시대의 핵심"
2024년 05월 28일 (화) 08:24:48 박남근 기자 nku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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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전략적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전략적 목표 

   
  최경주 교수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치열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반도체 굴기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부터 첨단 반도체와 고성능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유럽연합(EU)과 함께 구형 반도체까지 제재키로 하고, 한국과 대만에는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으라고 압박한다.

한국에서 반도체는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최대 기간산업이다. 한국에 중국은 최대 반도체 시장이고, 미국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중 틈바구니에서, 또 일본·대만과의 시장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금 어느 때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중국은 반도체를 자체적 기술로 자립화 하려고 하는 것은 안보 이슈 때문이다. 반도체가 없으면 드론조차 날릴 수가 없다. 미사일을 쏠 수도, 미래를 대비한 우주선도 발사할 수 없다. 전쟁 무기에 다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그걸 모두 해외에 의존하는 게 불안한 거다. 현대전에서는 반도체가 무기이다.

기술이 국제정치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Techno-politics) 시대의 핵심이 반도체이다. 중국은 결국 반도체 자립화를 이뤄낼 것이다. 우리의 조선과 철강은 이미 중국에 따라잡혔고 근래에는 디스플레이·태양광이 중국에 추격당했다. 전기자동차 부문도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거다. 겨우 남은 게 반도체이다. 반도체 전쟁은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3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반도체 매출 톱106개 기업이 있던 곳이다. 현재도 소재와 장비에서 기술력이 높다. 잃어버린 20년을 끝내면서 그동안 잃어버린 반도체 생산 역량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 구마모토에 짓는 TSMC 생산 공장에 일본 정부는 10조원 정도 보조금뿐 아니라 도로·철도 등 인프라 확충, 대만 기술자들의 현장 정착 지원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일본뿐 아니다. 네덜란드의 극자외선(EUV) 장비업체인 ASML이 본사를 국외로 옮기려고 하니까 베토벤 작전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SK하이닉스가 20192, 120조원을 투자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415(126만평) 부지에 짓겠다고 밝혔던 공장 4곳은 계획 수립 후 6년째 착공도 못 하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면 지난해 초엔 공사를 시작해 내년 초부턴 공장을 가동해야 하지만, 옆 도시 주민들은 폐수가 흘러든다며 발목을 잡았고, 다른 도시에선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면서 보상을 요구했다. 공장을 짓기로 한 지역의 땅 주인들은 2년을 버텼다. 경쟁국인 미국·일본에선 정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텍사스와 구마모토의 옥수수밭이 삼성전자와 TSMC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반도체 공장 건설이 인허가와 민원이라는 장애물에 막혔던 것이다.

결국 우리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재벌 특혜부자 감세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지원은 보조금이 아니어도 반도체 공장 지역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는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개발(R&D) 지원이다. 기업들의 R&D 자금이나 시설 투자에 인센티브를 늘리면 그 자금이 기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학과 연구기관까지 내려간다.그리고 그곳에서 인력이 양성된다. 당장 미국과 일본에 짓는 공장들이 가동하게 되면 그걸 돌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도래한다. 2030년까지 15만명이 부족하다고 추산되는데, 결국 한국의 우수 인력을 많이 스카웃 할 조짐이 보인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서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이 약 15%이상 되므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곧 전체 경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의 반도체를 보는 관점은 대표 수출품으로서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지난 수십년간 형성되어 왔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경제적 가치'에 더하여 반도체 산업이 지닌 '전략적 가치'가 주목받으며 주요국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위상을 격상시켜 막대한 국가적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다.

경제 이론적으로 보면 자국의 비교우위를 무시하고 다수의 국가들이 동일한 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자원배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비교우위에 의한 국가 간 효율적 자원배분, 즉 국제 분업이 가능해졌다. 한 국가가 반도체보다는, 가령 의류 생산에 경쟁력이 있다면 의류 수출을 통해 번 돈으로 필요한 반도체를 수입하면 되었던 시대가 일극체제 시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국제 분업을 통해 경제적·군사적 힘을 키운 중국 그리고 글로벌 자원시장의 강자가 된 러시아 등이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로 부상한 다극(multi-polar)체제로 전환되면서 국제분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율성은 전략경쟁에서의 승리에 필요한 핵심 가치가 아닌 것이 되었다.

특히 군사적 우위는 전략경쟁에 있어 핵심 요소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최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무기체계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성능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북아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가 전략적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강대국 입장에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우리나라와의 전략적 협력이 절실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전략적 공간도 넓어지게 된다. 이 같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충분한 자원배분은 우리나라가 다극체제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정책 선택이라 하겠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한중이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 수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하면서 반도체 분야를 특정해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이 공급망 논의 중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뜻을 강력히 부각했다면, 한국 측은 이차전지 소재인 리튬처럼 대중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핵심 광물과 원자재, 부품 등의 원활한 수입을 포함한 광범위한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제 곧 22대 국회가 새로이 시작된다. 여야 간의 정쟁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전략을 새로 여야가 협조하여 머리를 맞대 전략적으로 국익을 위해 매진 할 때이다.

계명대학교/국제통상학과 경영학박사 최경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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