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벨트를 서로 유치하려는 집회가 전국에서 열렸다.

3조 5,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인 과학벨트 즉,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최종 입지가 16일 결정된다.

과학벨트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전체회의를 열어, 분과 위원회인 입지평가위원회가 5곳으로 압축된 후보지를 평가한 결과를 심의해 최종 입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들어서는 '거점지구'가 어디가 될 것이냐가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50개 연구단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도 결정된다.

전체 연구단의 절반은 본원에 두고, 나머지 절반은 거점지구에서 탈락한 지역에 분산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된 결과는 이날 오후 1시 30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여권에서 '거점지구 대전 대덕 특구 확정설'이 흘러나온 탓에 이날 공식 발표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날 발표로 입지 선정 과정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과 지역갈등, 더 나아가 국론분열 양상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경북을 비롯해 광주 등 공동 분산유치를 요구했던 지자체들의 반발이 심각한 상황이다. 영남권에서는 신공항 포기와 더불어 민심이 대통령 퇴진운동까지 치닫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정치논리를 배제한 공정한 입지선정을 거듭 촉구하면서 사흘째 단식농성을 계속했다. 또 정치논리에 따른 입지 선정이 이뤄지면 불복종운동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대전이 유력하다'는 관측과 관련해 과학벨트 유치에 나선 각 지자체가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둔 짜맞추기식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남권
'경북ㆍ울산ㆍ대구 3개 시도 범시도민 과학벨트 유치추진위'는 15일 오후 경북도청 광장에서 시도민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궐기대회를 열고 정치적 논리에 따른 나눠먹기식 입지선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인사말에서 "지금의 과학벨트 입지선정 방식은 균형발전을 도외시하고 수도권 비대화를 조장하는 접근성 지표를 내세우는 등 과학계와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입지가 선정되면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권
광주와 전남ㆍ북 등 호남권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학벨트 호남권유치위원회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강운태 광주시장과 윤봉근 광주시의회의장, 정순남 전라남도 경제부지사, 김진의 호남권유치위원회 위원장, 선우중호 광주과학기술원총장, 김병식 초당대 총장, 김영진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짜맞추기식의 정략적 심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치위는 ▲10개 후보지를 5개 후보지로 압축해 최종후보지를 발표할 것 ▲최종후보지 선정 대상에 평동 군훈련장 이전 부지를 포함하고 지반 안정성도 세부평가지표를 만들어 평가할 것 ▲5개 후보지로 압축한 이후, 반드시 현지 실사 후 최종 입지를 결정할 것 ▲후보지와 관련된 지자체 의견을 청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실제 거점지구 입지가 대덕 특구로 확정 발표되면, 탈락한 지역에서 '정치벨트'라며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렇게 국가 미래사업이 지역적 갈등에 밀려 과학벨트가 아닌 '지역갈등과 국론분열 벨트'로 전락하고 있다.